2020서울사진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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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화랑 기획 《여류사진가전》의 역사적 재평가

장양환은 1983년 11월 한마당화랑의 두 번째 개관 기념 기획전으로 《여류사진가전》을 개최했는데, 여기에는 김민숙, 류기성, 박영숙, 송영숙, 이은주, 임향자 등 당시 활발히 활동하던 6명의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한데 모았다. 그는 전시를 열면서 “예술분야에 어찌 남녀의 구별이 있겠습니까마는, 외롭고 험난한 사진의 길에 뛰어들어 더 높은 경지를 향해 분투하는 여성 몇 분의 애쓰심은 분명 자랑스러운 일이라 하겠습니다.”라며 기획의 변을 밝혔다. 이 전시는 한국여성사진사에서 하나의 전환점을 알리는 사진사적 사건이었음에도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 했다. 그 이유는 여성사진사가 정립되지 못 했기 때문이다. 또한 사진계에서는 한국 현대사진의 기점을 논의하면서 1988년 워커힐미술관에서 개최된 《사진·새시좌》를 주로 언급해왔다. 이러한 논의는 사진의 현대성에 대한 사진가의 자각이 전제되어야 하지만, ‘해외 유학파’들이 참여하고 당시 유행하기 시작한 포스트모던한 방식의 사진기법들을 선보였다는 것만 놓고 본다면 한국 현대사진의 기점은 이 전시가 열린 1980년대 초반으로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이 전시에 참여한 작가 중 2명이 미국과 일본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메이킹 포토(making photo, 만드는 사진)’의 선구를 보여주거나, 여성주의 사진을 본격적으로 모색했던 작가도 포함되었다. 순수(인물, 풍경, 정물), 보도, 패션, 공연 등 분야별·장르별로 전문 영역을 갖고 활동하기 시작한 6명의 여성 작가들이 참여한 이 전시를 통해 여성 사진가들의 활동 범위가 다양해지고 전문화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 현대사진의 맹아기였던 1980년대 초반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으며, 《여류사진가전》은 그러한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사진 전문 공간의 등장

1980년대 들어 사진 인구가 급증하자 이에 부응하듯 사진 갤러리가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1983년부터는 여성 사진가들에 의해서도 사진 전문 공간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먼저 장양환은 1983년 10월 한마당화랑을 개관했다. 그는 “사진 인구가 늘어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이제는 사진의 전문화가 이루어질 때가 되었다고 판단하고, 사진이 팔리지 않는다고 화랑에서 기피당하는 것을 그대로 방관할 수 없어 문을 열게 되었다”고 개관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일본 유학에서 돌아온 임향자는 사진이론가인 김승곤과 함께 1984년 6월 성산동에 전시장과 작업장을 갖춘 사진공방 타임스페이스(Workshop TIMESPACE)를 개설했다. 개관 기념 기획전으로 《안셀 아담스(Ansel Adams)》전을 열면서 그동안 잘 볼 수 없었던 작가의 오리지널 프린트를 선보였다. 1987년 4월에는 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한 김민숙이 동숭동에 포토갤러리 여백을 개관했다. 개관전으로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포트폴리오》전을 개최했으며, 현대사진아카데미 강좌도 함께 열었다. 이러한 사진 전문 공간들은 여성 사진가들에게 발표의 공간을 제공하고, 사진담론의 장을 형성했다 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개관 기념 전시회의 도록과 포스터를 모아 소개한다.
여성 사진가 10인의 시선
이 섹션에서는 1983년 개최된 《여류사진가전》에 참여한 6명의 작가 김민숙, 류기성, 박영숙, 송영숙, 이은주, 임향자, 잡지사진 분야의 선구인 다큐멘터리 사진가 김동희, 그리고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한 김테레사와 정영자 등 1세대 전문 여성 사진가들과, 미국 유학 후 신구 세대를 매개하면서 1990년대 새로운 여성사진운동을 전개한 홍미선 등 모두 10명의 사진가를 소개한다

김동희 (1949년생)

김동희는 서라벌예술대학교(현 중앙대학교)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사진과 내 사진동아리인 둘레회의 창립회원으로 활동했으며, 《제1회 대학미전》(1970) 사진부문에서 〈십대의 소리〉로 금상을 수상했다.
주부생활사에서 오랜 기간 사진기자로 활동했고, 계몽사에서는 사진부 차장을 역임했다. 1983년에는 첫 개인전 《굿판》(출판문화회관)의 개최와 함께 사진집 『굿판』(도서출판 시각)을 출판했다. 이 책은 2020년 『기원』(도서출판 눈빛)이라는 책으로 복간되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1970년대~1980년대에 전국의 굿판을 찾아 현장을 기록한 작업을 소개한다.
1983년 개인전 당시 제작한 빈티지 프린트를 볼 수 있는데, 노 트리밍(no rimming)을 고수한 다큐멘터리 사진가의 집념을 읽어낼 수 있다.

김민숙 (1947년생)

김민숙은 이화여자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활동했다. 미국에서 한국일보 시카고 지사 기자로 근무하며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SAIC) 사진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0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1987년까지 모두 네 차례의 개인전을 가졌다. 사진 전문 화랑인 포토갤러리 여백을 개관했으며, 아마추어와 전문가 모두를 대상으로 한 현대사진아카데미를 운영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앨빈 토플러의 저서 『제3의 물결』에서 영감을 얻어 표현한, 미래 사회의 초상과 시각문화를 다룬 작품을 소개한다. 그리고 다중 이미지를 콜라주하는 방식으로 불교의 정신세계를 시각화한 그의 대표작 《만다라》 연작도 만날 수 있다.

김테레사 (1943년생)

김테레사는 숙명여자대학교에서 교육학 학사와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이후 미국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석사를 졸업했다. 숙명여자대학교 사진동아리 숙미회와 한국창작사진협회의 회원으로서 활동했으며, 《제6회 동아사진콘테스트》 (1968)와 《제7회 동아사진콘테스트》(1969)에서 연이어 최고상인 특선에 입상한 유일한 여성 사진가였다. 1970년 국립공보관에서 첫 개인전 《비원》을 시작으로 다수의 개인전을 가졌다.

이번 전시에서는 1970년대에 미국에서 거주하며 촬영한 자유스럽고 소란스러운 광장의 모습을 담은 《워싱턴 스퀘어》 연작을 소개한다. 그리고 이후에 다시 찾아가 촬영한, 9·11 테러 이후 과거의 생동감이 사라진 워싱턴 스퀘어의 사진도 함께 선보인다.

류기성 (1946년생)

류기성은 서울여자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홍익대학교에서 사진디자인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시절 사진동아리 ‘서울여자대학교 사진반’의 창립회원으로 사진을 시작했으며, 학보사 사진기자로도 활동했다. 그는 서울신문사에서 수습 사진기자로 입사한 후 1년 뒤 주간지 『선데이서울』로 옮겨 만 9년간 근무했다. 이후 중앙일보사로 이직하여 출판사진부 기자로 활약하며 사진부장을 역임했다.
첫 개인전은 《패션사진 개인전》(경인미술관, 1990) 으로, 같은 해 첫 사진집 『류기성』(도서출판 삼신각, 1990)을 출판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잡지사 사진기자로 활동하며 작업한 1980년대의 패션사진들과 함께, 1983년 《여류사진가전》(한마당화랑)에 출품한 빈티지 사진도 함께 선보인다.

박영숙 (1941년생)

박영숙은 숙명여자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사진디자인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대학교 재학 중에 사진동아리 숙미회를 창립해 이끌었으며, 썬아트, 현대사진연구회, 청록회, 한국창작사진협회 등의 사진단체에서 회원으로 활동하였다. 또한 대중잡지 『여상』(여상사)의 사진기자로 약 1년간 근무하며 다방면에서 활약했다.
그는 《박영숙 사진 소품전》(중앙공보관, 1966), 《포트레이트》(공간미술관, 1981) 등 다수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주최한 《세계 여성의 해 기념 사진전》(중앙공보관, 1975) 등의 단체전에 참가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며 다양한 직업인들을 기록한 《36인의 포트레이트》 연작 중 6점을 소개하며, 1975년 포토에세이 형식으로 촬영한 변관식의 초상 연작도 함께 전시한다.

송영숙 (1948년생)

송영숙은 숙명여자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사진디자인을 전공했다. 사진동아리 숙미회 회원으로 활동했으며, 우석대학교 사진부에서 활동하던 친오빠 송성호와 함께 《남매전》(새한사진싸롱, 1969)을 개최한 바 있다. 첫 개인전 《폴라로이드 SX-70》(대한전선 전시관, 1980)을 시작으로, 다수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1981년에는 폴라로이드 작업을 수록한 첫 사진집 『송영숙 사진집: 폴라로이드 SX-70』(도서출판 시각)을 출판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딥틱(diptych, 2매 1조), 또는 쿼드립틱(quadriptych, 4매 1조) 형식을 통해 사진의 시각적 확장과 변주를 보여주는 작업과, 폴라로이드의 화면을 변형시켜 새로운 사진적 현실을 보여준 《폴라로이드 SX-70》 작업을 소개한다.

이은주 (1945년생)

이은주는 성균관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SVA)와 보스턴 뉴잉글랜드 사진학교에서 수학했다. 국립무용단의 역동적인 군무를 촬영한 사진 〈환희〉로 《제30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1981)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대상 수상자에게 부상으로 주어지는 사진 세계 여행을 계기로, 하와이의 모습을 여러 차례 사진에 담았다. 1982년에 첫 개인전 《Image of Hawaii》(서울미국문화원)를 시작으로, 일본, 프랑스, 미국 등에서 개인전을 연이어 개최했다. 이후 동방플라자 미술관, 파인힐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1982년에는 동아일보사가 선정한 ‘올해의 예술가 2인’에 들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1980년대에 촬영한 무용 사진들 중 〈이매방 승무〉 한 점을 선별하여 소개하고, 1982년에 하와이에서 느낀 자연의 숭고함을 담은 《Image of Hawaii》 연작을 함께 선보인다.

임향자 (1951년생)

임향자는 서라벌예술대학(현 중앙대학교)에서 사진을 전공한 뒤, 일본 니혼대학교에서 사진학 학사와 규슈산업대학교 대학원에서 사진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82년 일본 도쿄 신주쿠 니콘살롱에서 초대전으로 열린 《孤影》을 시작으로, 《어느 예술가의 초상》(덕수미술관)과 《COSMOS》(동덕미술관) 등의 개인전을 연이어 개최했다. 이후 사진 전문 공간인 타임스페이스를 개관했으며, 이곳에서 안셀 아담스와 후지이 히데키 등 해외 작가를 소개하는 기획전을 열며 국내외 사진 문화 교류에 힘썼다.

이번 전시에서는 일본 유학 당시 스승인 가타야마 세츠조(片山摂三)를 촬영해 개인전으로 발표했던 《어느 예술가의 초상》 연작과, 《COSMOS》전을 통해 소개된 대상에 대한 그만의 탐구방식을 보여준 풍경 사진 연작들을 함께 선보인다.

정영자 (1951년생)

정영자는 상명여자사범대학(현 상명대학교)에서 국어교육을 전공했다. 졸업 후 교사 생활을 하다 사진가 이정강을 만나 사사하며 사진계에 입문했다.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면서 샌프란시스코 소재 샤봇컬리지(Chabot College)에서 사진학을 전공했다. 지도 교수인 아서 올맨(Arthur Allman)의 야경 사진전을 본 후 컬러사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식물(Plant)》 시리즈의 계기가 되었다. 1980년에 첫 개인전으로 《귀국 사진전》(예총화랑)을 개최했다. 이후 1990년대에 샌프란시스코의 아서 오언 메모리얼 스톤 갤러리 (Arthur Owen Memorial Stone Gallery) 및 서울 예총화랑 등에서 여러 차례 개인전을 가지며 그의 1980년대 주요 작업들을 소개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귀국 사진전》에서 발표했던 41점의 빈티지 프린트 중 흑백사진과 함께, 식물의 추상적인 형태를 시바크롬 프린트의 특유의 컬러로 재현한 작업을 소개한다.

홍미선 (1960년생)

홍미선은 이화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하고,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사진디자인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미국 로체스터 인스티튜트 오브 테크놀로지(RIT) 대학원에서 사진학 석사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 중에 가정대학 사진반 회원으로 사진 활동을 시작했으며, 가정대학 사진반 졸업생과 재학생의 모임인 가영회 회원으로도 활동했다.
첫 개인전 《하늘과 땅 그 사이에》를 뉴욕의 RIT 사진 갤러리와 서울의 미국 공보원 전시실에서 1990년과 1991년에 연이어 개최했다. 귀국 이후 국내에서 작가이자 큐레이터로서 활약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1988년 유학시절 자신의 이야기를 콜라주 방식으로 풀어낸 실험적인 작업을 소개한다. 이 작품은 콜라주 후 다시 복사기로 프린트한 카피아트 copyart)의 일종으로, 당시에는 일렉트로그래피(Electrography)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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