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양환은 1983년 11월 한마당화랑의 두 번째 개관 기념 기획전으로 《여류사진가전》을 개최했는데, 여기에는 김민숙, 류기성, 박영숙, 송영숙, 이은주, 임향자 등 당시 활발히 활동하던 6명의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한데 모았다. 그는 전시를 열면서 “예술분야에 어찌 남녀의 구별이 있겠습니까마는, 외롭고 험난한 사진의 길에 뛰어들어 더 높은 경지를 향해 분투하는 여성 몇 분의 애쓰심은 분명 자랑스러운 일이라 하겠습니다.”라며 기획의 변을 밝혔다. 이 전시는 한국여성사진사에서 하나의 전환점을 알리는 사진사적 사건이었음에도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 했다. 그 이유는 여성사진사가 정립되지 못 했기 때문이다. 또한 사진계에서는 한국 현대사진의 기점을 논의하면서 1988년 워커힐미술관에서 개최된 《사진·새시좌》를 주로 언급해왔다. 이러한 논의는 사진의 현대성에 대한 사진가의 자각이 전제되어야 하지만, ‘해외 유학파’들이 참여하고 당시 유행하기 시작한 포스트모던한 방식의 사진기법들을 선보였다는 것만 놓고 본다면 한국 현대사진의 기점은 이 전시가 열린 1980년대 초반으로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이 전시에 참여한 작가 중 2명이 미국과 일본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메이킹 포토(making photo, 만드는 사진)’의 선구를 보여주거나, 여성주의 사진을 본격적으로 모색했던 작가도 포함되었다. 순수(인물, 풍경, 정물), 보도, 패션, 공연 등 분야별·장르별로 전문 영역을 갖고 활동하기 시작한 6명의 여성 작가들이 참여한 이 전시를 통해 여성 사진가들의 활동 범위가 다양해지고 전문화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 현대사진의 맹아기였던 1980년대 초반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으며, 《여류사진가전》은 그러한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